정치외교학부 하영선 명예교수, 한중관계 전문가 대담

관리자 2022-08-24 121

韓中, 이사갈 수 없는 이웃…'각생공멸' 아닌 '공진공생' 필요

 

한중관계 전문가 릴레이 대담

하영선 서울대 명예교수
냉전관계 청산하고 관계 복원
한중, 적극적인 생존전략 산물

韓, 美주도 기존질서 활용하되
중국의 영향력도 보완적 사용

장윈링 中산둥대 국제문제연구원장
양국 외교관계 수립·관계 확대
북핵 해결·한중일 협력에 도움

공급망 안정·고위급 대화 촉진
한중 외교회담서 긍정적 신호

 

◆ 한중수교 30주년 ③ ◆

 

한중수교 30주년을 맞아 한국외대 글로벌안보협력연구센터와 매일경제가 양국 전문가들과 릴레이 대담을 진행했다. 하영선 서울대 명예교수(동아시아연구원 이사장)와 장윈링 중국 산둥대 국제문제연구원장이 황재호 한국외대 교수 사회로 한중관계의 지난 30년과 앞으로의 30년을 짚어봤다.

 

-한중수교의 역사적, 국제정치사적 의미는?

▷하영선=냉전질서가 해체됨에 따라 단절됐던 한중관계를 복원시켰다는 역사적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한국은 1990년대 세계 냉전질서의 해체와 함께 △소련·중국과의 수교를 추진한 북방정책 △남북기본합의서·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 등을 통한 남북관계 개선 △내부적 민주화라는 적극적 3중 생존전략을 추진했다. 중국은 톈안먼사태를 겪으며 개혁개방이 어려움을 겪은 이후 덩샤오핑이 1992년초 '자본주의에도 계획이 있고 사회주의에도 시장이 있다'고 지적하고 이분법적 이념논쟁을 넘어선 개혁개방을 재추진했다. 또 대외적으로도 당면했던 미국의 제재를 참고 견디면서 "광둥성은 20년내에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의 네 마리 작은 용'을 따라잡으라"며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이같은 한중의 새로운 탈냉전 생존전략이 어우러져 냉전관계를 청산하고 한중수교를 이룰 수 있었다.

▷장윈링=1992년 8월 24일 양국은 미래에 대한 전략적 비전에 따라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공식 수교하였다. 이것은 양국 관계뿐만 아니라 한반도와 동북아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양국의 외교관계 수립은 양국뿐만 아니라 지역 관계에도 새로운 발전 기회를 열었다. 한중 관계는 상호 이익을 기반으로 전면적으로 발전했다. 밀접하게 연결된 경제관계를 포함해 거시적 시야에서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를 구축했다. 중국의 남북한과의 균형적 관계는 남북 교류와 한반도 정세 안정 및 한중 수교와 관계발전은 북핵 6자회담 협력과 중일한 협력 등 동북아 협력 증진에도 도움이 된다.

-2022년 지금, 한중관계는 어디에 서 있나?

▷하=먼저 미중관계부터 볼 필요가 있다. 현재 미중의 전략적 경쟁은 경제, 기술, 규범, 군사 무대에서 복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올해 100조달러로 추정되는 세계 경제규모 가운데 미국이 25조 달러, 중국이 20조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이 치열하게 경쟁하면서도 동시에 불가피하게 상호의존성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다. 미중은 21세기 세계질서를 주도하는 핵심을 첨단기술 혁신 분야에서 찾고 있다. 양국은 인공지능(AI)와 정보과학, 생명공학 등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며 지난 20년 간 양국 격차도 빠르게 줄어들었다. 최근 미국 주도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칩4) 논의도 이런 맥락에서 진행되고 있다. 미국식·중국식 민주주의도 규범 측면에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군사 무대에서는 작년 세계 전체 군사비 가운데 미국이 8000억달러, 중국이 3000억달러로 여전히 비대칭성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은 대미관계에서는 상호존중과 평화공존, 협력공영의 기존 원칙을 유지하되 동·남중국해와 함반도 등 주변국 관계에서는 중국의 핵심이익을 지키기 위해 미중관계의 대원칙 한계 내에서 적극적인 군사 대응을 시도하고 있다. 21세기 한미 간 네트워크도 이런 안목에서 이해해야 한다. 반면 중국으로서는 자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전지구적 네트워크 작동체계를 뚫고 나가기 위해서는 가장 약한 고리로 판단하고 있는 한국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으로서는 현재 미국 주도 작동체제를 일방적으로 중국의 것으로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국 주도의 작동체제를 활용하되 중국의 그것도 보완적으로 사용하고 두 체제의 호환성을 높여나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장=현재 한중 관계 발전은 많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역사적 전환기에 서있다. 전진하지 않으면 후퇴될 것이기에 난관에 굴하지 않고 나아가야 한다. 경제 측면에서 양국은 현재 공급망 안정화를 기반으로 협력수준을 높이고 미래 지향적인 경제발전 연계 링크를 구축해야 한다. 전략적 측면에서는 한국의 국내정치적 변화에 따른 정책방향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합의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양국이 한반도와 동북아 문제에서 대화·협력을 견지하고 전략적 협력을 목적으로 하는 고위급 대화 메커니즘을 구축해야 한다. 미국이 대(對)중국 전면적 전략경쟁을 진행하는 상황 아래서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은 미국이 중국을 상대하기 위해 추진하는 많은 메커니즘에 필연적으로 참여할 것이다. 다만 최근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공급망 안정화, 고위급 전략적 대화 촉진 등 양국관계 발전에 대한 몇몇 중요 합의를 달성한 것은 긍정적 신호다.

-30년 뒤의 한중관계는 어떤 모습일까?

▷하=2052년의 한중관계를 전망하기 위해서는 먼저 향후 미중관계를 제대로 전망할 수 있어야 한다. 30년 전인 1992년에 지금(2022년)을 어떻게 전망했었던지를 먼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당시 세계는 소련의 해체에 따른 탈냉전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 중국이 30년 후에 세계 2위의 신흥대국으로 부상하리라는 것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미중의 국내총생산(GDP)는 2030년대에는 30조달러 대에서 대등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고 2050년대에는 50조달러 대에서 각축을 계속할 전망이다. 기술 측면에서도 첨단기술 혁신 경쟁에서 보다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규범과 관련해서는 미국과 중국식 민주주의를 둘러싼 평가가 진행되며 보다 진화된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가 커질 것이다. 현재 8:3인 양국 간 국방비 비율은 2050년대에는 대체로 1조5000억달러 선에서 균형을 이룰 개연성이 크다. 이 시기에도 중국 주도의 지구적 작동체제가 미국의 그것을 전면 대체하기는 불가능할 거시다. 다만 양측 간 호환성을 높아질 것이다. 30년 후 세계질서는 미중 전략경쟁 속에서 복합위기 국면도 맞게될 것이다. 경제와 기술, 민주주의와 핵·생태 위기에 직면해 공멸과 공생의 막다른 기로에서 각생(各生)과 공생(共生)을 동시에 추구하려는 시도가 나타나게 될 것이다. 한중관계도 이에 따른 새 국면을 맞게 될 것이다.

 

▷장=장기적인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 중국은 2050년까지 '중화민족의 부흥 실현'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때 한중관계는 각자 선진국 수준에 도달한 이웃국가의 관계가 될 것이다. 양국 모두 미래에 대한 국가 부흥의 꿈을 가지고 있다. 양측은 공유하는 전통문화 유산을 기반으로 평화 협력과 공동발전의 세계 건설을 희망하고 있다. 이상적인 중한(한중) 관계는 평등하고 협력적인 관계다. 이는 2차세계대전 이후 수립된 동맹관계와는 다르다. 양국은 인류가 새로운 협력 문명의 시대로 진입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

-생산적·문제해결적 한중관계가 되려면?

▷하=중국은 미국이 미중관계를 기본적으로 경쟁관계가 아닌 상호존중, 평화공존, 협력공생의 안목에서 바라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의 세계화에 대응해서 자구적 노력을 기울이며 개별·공동 안보를 동시에 고려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한중이 이를 현실화하려면 양국이 먼저 상대방의 핵심이익을 역지사지 입장에서 제대로 이해하고, 그 다음에 개별·공동 이익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부터 최근 칩4 문제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핵심이익에 못지않게 상대방에 대한 상호존중에서부터 출발해야 제대로된 문제해결의 길을 찾게 될 것이다.

▷장=한중은 이사갈 수 없는 이웃이다. 수교 이후 경험에서 '협력은 이롭고 싸움은 해롭다'는 것이 증명됐다. 양국은 대화·협력 틀을 유지하면서 상호의존적이고 호혜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했고, 안보적으로도 상호이해와 협력 관계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지난 30년 간 공동발전을 유지했다. 양국은 서로 정치체제와 전략적 방향, 이해 구조에 대한 차이가 있다. 마찰과 모순, 갈등도 비하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대화와 협상을 지속하고 합의·협력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견이 갈등을 악화시키거나 충돌을 일으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양국 간 상호의존적인 좋은 이웃이 되기 위한 효과적 방법이다.

-현 국제질서 변화는 증·개축, 재건축 가운데 어떤 단계?

▷하=현재의 세계질서는 앞으로 각생공멸(各生共滅)의 위기에 직면할 위기를 내재하고 있다. 따라서 공진공생(共進共生)을 위한 새로운 문명사적 노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간단한 개축을 넘어서서 '신축' 수준의 재건축이 시급하다. 이러한 재건축은 현대 세계질서의 무대와 주인공 등의 '복합화'라는 새로운 설계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 미중 등 강대국들과 함께 한국과 같은 중견국들을 비롯해 보다 많은 국가가 주인공으로서 본격적으로 함께 어우러질 수 있어야 한다. '부국강병'이라는 단순한 무대에서 생태와 문화, 지식의 향연이 함께 열리는 복합적 무대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장=한중관계는 이미 지난 30년 간 안정적인 기반을 구축했다. 이제는 이것을 유지, 강화해야 한다. 새로운 상황에 직면해 시대에 발맞추고 미래를 맞이해야 한다. 새로운 공동의 인식을 늘리고 새로운 협력을 촉진해야 한다. 관계를 재건하는 것이 아니라 강화, 혁신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지금, 한중의 역사적·시대적 역할은?

▷하=한중은 세계 냉전질서의 해체와 함께 30년 전에 수교를 이룰 수 있었다. 과거 한중관계는 우여곡절 속에서도 예상을 훨씬 뛰어 넘는 복합적 관계를 맺어 왔다. 앞으로 30년을 바라보면서 끊임없는 국내 개혁을 통해 자생(自生)을 위해 노력하면서 타자(상대국)의 핵심이익을 충분히 배려하는 공동진화를 통해 공생무대를 마련해야 한다.

▷장=세계는 다양하고 국가 거버넌스와 발전 방식 또한 다양하다. 국가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에 상호존중이 매우 중요하다. 동시에 상호의존적 세계에서 국가들은 많은 공통의 이해관계를 가지고도 있다. 함께 협력해 도전에 대응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화이부동(和而不同)'은 양국이 공유하는 전통적인 가치이다. 양국은 이를 견지하고 모범을 보이면서 지역·세계와 협력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한중관계는 한반도와 동북아, 아·태지역에서도 '밸러스트 스톤(ballast stone·철도나 도로의 바닥을 다지려고 까는 돌) 역할을 하고 있다.

 

출처: 韓中, 이사갈 수 없는 이웃…`각생공멸` 아닌 `공진공생` 필요 - 매일경제 (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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